제자의 길을 가는 한우리교회 성도들

오인균 담임목사
오인균 담임목사 401
지금부터 119년 전, 1884년 12월 어느 날, 펜실바니아 주 랭카스터에서 어느 귀공자같이 생긴 믿음 좋은 청년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아름답고 사랑하는 아내를 맞아 신혼 가정을 꾸민 그 한 쌍은 화사한 봄볕과 같은 행복과 축복 속의 부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두 부부는 미국에서의 보장된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해가 바뀐 1885년 낯선 땅, 세상의 땅 끝으로 알려진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를 향해서 험한 길을 떠납니다. 고향과 부모, 친구, 친척을 뒤로하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태평양을 건너 일본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 그들은 다시 배를 타고 제물포(인천)까지 갑니다. 이미 아기를 가져 홀몸이 아닌 부인과 함께 산 넘고 물 건너 험한 파도와 뱃길에 시달리며 물설고 낯설은 조선 땅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들이 가진 짐이라곤 옷가지가 들어 있는 보따리 하나에 성경, 찬송이 들어 있는 가방이 전부였습니다. 그들이 바로 서울의 정동교회를 개척하고 배재학당을 설립한 선교사 아펜셀러 부부였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있는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16년 후에 안식년으로 고향에 들어갔을 때 고향 사람들은 그들을 잘 몰라 봤다고 합니다. 눈부신 왕자와 공주 같은 모습으로 떠났던 그들이 불과 16년 만에 할아버지 할머니 같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아펜셀러 선교사는 부모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아내와 딸과 아들을 남겨 놓고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겠다며 조선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나 조선으로 돌아 온 그는 1902년 6월1일 44세를 일기로 목포 앞 바다에서 그가 탄 배가 침몰하여 순교하게 됩니다.
당시 17살의 큰 딸 엘리스는 고향에서 이 소식을 듣고 세상의 빛을 잃은 사람처럼 심한 충격에 빠집니다. 그리스도의 강한 군사로 개선장군처럼 조선으로 돌아가시던 아버지, 한없이 자상하고 엄격한 아버지, 기도하며 말씀으로 사람의 영혼을 치유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니! 그러나 그녀는 슬픔을 딛고 아버지의 젊음과 영혼을 바친 조선을 잊을 수 없어 1915년 자기가 태어나고 자라난 조선을 다시 찾습니다. 이화학당의 교사로 시작하여 총장이 되어서까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학생들에게 그리스도의 빛과 애국심을 키워주다 1950년 2월20일 아침 예배 설교 도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
요즘에는 제자도에 대한 말씀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주님의 제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라는 제목으로 예수님께 전적으로 위탁된 삶에 대하여 여섯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1)노숙자가 될 지도 모를 정도로 안락한 삶의 포기, 2)아버지 장례마저 포기하고 따라야 할 정도의 긴박성과 중요성, 3)후회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앞만 보고 전진하는 확신에 찬 마음 자세, 4)마치 가족들마저 미워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주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 5)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과 같은 고통과 고난도 이겨내는 삶, 6)모든 소유를 포기할 정도로 주님에 대한 헌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펜셀러 선교사 부부와 그의 딸 엘리스가 갔던 길이 바로 예수님께 전적으로 위탁된 제자의 길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제자이기에 우리 모두 그 제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선교사가 되어 먼 곳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지는 못할지라도 내가 주님의 제자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그 길을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은 주님의 제자가 가져야 할 여섯 가지 성품에 대하여 함께 나눠 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에게서는 예수님 냄새가 나야 합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도 주님의 제자로서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