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정은 한국을 떠나 미국에 온 지 이제 5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에 유학을 올 때 둘째 아들이 한 살이었습니다. 아직 걷지도 못했던 아이가 지금은 형의 손을 잡고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고작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기어 다니던 아이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참 기특하면서도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설교를 준비하며 광야에서 40년을 보내고 이제 가나안 땅 목전에 서 있는 출애굽 2세대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를 따라 홍해를 건넜던 19세의 소년은 이제 59세가 되어 있을 것이고, 저의 둘째 아들처럼 부모 등에 업혀서 홍해를 건넌 아이는 이제 40대의 중년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40년의 세월을 광야에서 보낸 이들 가운데에는 지나간 세월을 야속하게 생각한 이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런 쓸모도 유익도 없이 그저 부모 세대가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해서 죄 없는 우리가 억울하게 징계받은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하고 정말 거짓말처럼 모든 부모 세대가 광야에서 죽고 장사 지내는 경험을 통해 하나님의 징계와 심판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가진 자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전해 주시는 말씀은 주님의 마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가서 예루살렘의 귀에 외칠지니라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위하여 네 청년 때의 인애와 네 신혼 때의 사랑을 기억하노니 곧 씨 뿌리지 못하는 땅, 그 광야에서 나를 따랐음이니라” (렘 2:1-2)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 세월을 '청년 때의 인애와 신혼 때의 사랑'이라고 말씀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만 의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 가운데 여전히 연약하고 넘어지고 쓰러질지라도 우리가 하나님만 바라볼 때, 하나님만 의지할 때,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주님만을 따랐던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주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신 것처럼 매일 매일 우리 삶의 자리에서 우리 주님만 예배하고 주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저희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