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영광


윤성구 목사 (영아부 인턴 사역자) 44

   영광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생소합니다. ‘영광, 영광!’ 찬양하다보면 그 안에 담긴 깊고도 다양한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히브리어로 영광은 ‘무거움’이라는 뜻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완공하고 언약궤를 옮길 때 구름이 여호와의 성전에 가득하였고, 제사장이 서 있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왕상8:10-11). 마치 존재감이 남다른 사람에게 무게감이 있다고 하듯이, 성전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조직신학자인 웨인 그루뎀은 그의 책 ‘조직신학’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그의 모든 성품의 완전한 표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진리와 자비, 거룩함과 은혜가 무겁고도 완전히 가득할 때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가 ‘영광’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가볍게 하나님을 칭찬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분의 존재를 무게감 있게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광은 굉장히 관계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올림픽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동메달을 땄더라도 온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며 그것을 영광스럽게 여깁니다. 그 이유는 그와 우리가 한 동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라면 금메달을 10개를 땄더라도, 우리와 전혀 무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내가 자랑스러운 일을 얼마나 했는가’보다 ‘내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쥔 크리스천 연예인이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올려드린다’고 말할 때만이 아니라, 평범한 하나님의 자녀의 평범한 삶에서도 하나님 아버지는 영광을 받으십니다. 27개월 된 아들 지온이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아이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이미 나에게 주는 것입니다.

   심지어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서도 영광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앞두고서 하나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이에 하나님께서 답하십니다.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 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요12:28). 예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진리와 자비, 거룩함과 은혜를 충돌하지 않고 충만하게 나타냈습니다. 고난이지만 독생자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그 깊은 대화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얼마나 많은 마음을 나누었을까요? 때로 우리는 이유를 모른채 고난을 맞닥드리게 됩니다. 고난 자체도 괴롭지만, 고난이 해석이 되지 않으면 숨이 막히게 됩니다. 그래서 섣불리 의미를 부여해보기도 하고, 시간이 빨리 흘러 깨닫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난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선하십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을 위해 산 것에 후회가 없습니다’. 고난 중에 올려드리는 자녀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는 영광을 받으십니다. 비록 우리가 겪는 고난이 때로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