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특별한 만남


이필우 목사 (충성초원) 42

   오래전 필리핀에서 선교사님을 만나고 한국으로 귀국하던 길, 저는 뜻밖의 특별한 만남을 경험했습니다. 공항에서 짐이 많아 홀로 곤란해 하던 순간, 바로 옆에 있던 한 다문화 가정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분들은 흔쾌히 제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 이 작은 친절 덕분에 그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기독교인들이기에 대화가 수월하게 진행됐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의 친정과 보라카이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부부였기에 저도 모르게 세상적인 편견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과 배려의 모습에서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귀한 인연임을 깨달았습니다.

   부부는 결혼한 지 6년이 되었으며, 남편은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와 타갈로그어를 배우려는 진심 어린 열정을 보였습니다. 아내는 아직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영어로 자주 말했지만, 남편은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진정한 소통은 언어 그 이상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더욱 감동적인 것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사랑과 헌신적인 관계였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늘 염려하고 보살피며 헌신했고, 시어머니 역시 그런 며느리를 자랑스러워하며 사랑과 감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성경의 룻과 나오미를 보는 듯 깊은 울림을 주었고, 현대 사회에 이토록 아름다운 고부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그 가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진실한 사랑이 가득한 행복한 가족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경로로 만났느냐가 아니라, 현재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가는지에 더 큰 가치를 두신다고 믿습니다. 짧지만 소중한 이 만남을 통해 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으며, 이 짧은 만남은 지금까지도 제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지는 귀한 은혜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