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세운 울타리
우리는 각박한 이민사회를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각자의 울타리를 세우고 삽니다. 때로는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이 울타리가 세워짐을 통해, 형제 자매 간의 사랑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기도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고백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울타리 밖에 있던 존재들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접한 영감 있는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내용은 미국의 작가이자 신학자였던 마이클 야코넬리(Mike Yaconelli)가 저술한 ‘영성’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미국 병사 한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전쟁터에 시신을 버려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식 장례를 치러 주기로 결정했고, 전투가 벌어지는 일선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흰 울타리를 친 작은 공동묘지가 딸린 교회를 기억해 냅니다. 친구의 시신을 공동묘지로 옮겨가기 위해 상사의 허락을 받은 병사들은 해가 지기 전, 겨우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에는 허리가 굽고 야윈 노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한 병사가 정중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친구가 전쟁터에서 숨졌습니다. 우리는 그를 교회 묘지에 묻어 주고 싶습니다.” 신부님은 병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았지만, 아주 서툰 영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이곳에 묻어 줄 수 없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전쟁에 지친 병사들은 서운한 기색조차 보이지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그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그렇지만 교회 울타리 밖에 묻는 것은 괜찮습니다.” 병사들은 그 말에 화가 나긴 했지만, 일단 급했던 터라, 하얀 울타리 밖에 땅을 파고 친구의 시신을 묻어 주었습니다. 매장을 다 마쳤을 때는 이미 해가 떨어져서 어둑어둑해져 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상부로부터 전선을 옮기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그 작은 교회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친구를 묻은 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리둥절해진 병사들은 교회 문을 두드렸고, 어제 만난 그 노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어젯밤 지치기도 했고 어두워서 그랬는지 친구를 묻은 묘 자리가 제대로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대답합니다. “어젯밤 당신들이 떠난 후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울타리를 옮겨 놓았습니다.”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울타리 밖에 있었던 우리들을 옮겨 놓는 그 이상의 일을 하셨습니다. 심지어 그 울타리를 아예 없애 버리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의 행동과 언행에 긴장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만든 사람들은 그 울타리를 옮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시 우리가 세워놓은 울타리로 인해,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형제 자매 간에 이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그 날, 하나님의 사랑 빛은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