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김기현 목사 417
(이번주는 새신자반을 담당하고 있는 김기현 목사의 글을 게재합니다)

초대교회 역사에 많은 인물들 중 뛰어난 설교 때문에 후대 사람들에게 “크리소스톰(황금의 입)”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설교에 열광했으며, 398년 황제가 안디옥에 있던 그를 콘스탄티노플의 감독으로 세우려 했을 때, “황금의 입”을 가진 설교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안디옥의 시민들에 의해 도시에 폭동이 일어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가 바로 콘스탄티노플의 감독이었던 존 크리소스톰(AD 347-407)입니다.

존 크리소스톰은 당시 사치와 부패가 팽배했던 콘스탄티노플의 부유한 시민들에게 복음과 향락을 동시에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복음의 명령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의 감동적인 설교와 인기 때문에 콘스탄티노플의 감독으로 세워졌지만, 이러한 비판적인 내용의 설교들이 그 지역의 부유층들과 정치 권력자들의 마음을 찔리게 했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에는 귀향을 가게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존 크리소스톰의 설교 중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가난한 자들을 돕는 구제(almsgiving)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설교를 들었던 안디옥의 청중들은 날마다 구제에 대한 내용을 들었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을 청지기 사명과 동일시하면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구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부가 어떠한 형태로 주어졌든지, 태초로 돌아가 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이 가진 부는 단지 부를 관리하도록 위탁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의 필요에 응답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강해, 443)

더 나아가 그는 구제를 그리스도인의 성화의 삶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구제(almsgiving)는 영혼의 정화입니다. 물로 손을 씻는 것처럼, 구제를 통해 여러분들의 영혼의 손을 씻으시기 바랍니다.” (회개와 구제에 대하여, 23-24)
물론 우리의 구제, 즉 선행을 통해 구원받을 수 없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죄를 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논지는 그리스도인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들을 돌아보며 그들에게 베푸는 것이 성화의 삶을 사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가난한 자들(고아와 과부)을 돌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네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에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시리라. 네가 네 감람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신명기 24:19-21)
또한, 예수님도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된 자를 돌아보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라고 말씀하십니다.(마 25:31-40)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와 복으로 인해 감사 제목들이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감사의 순간에 나 자신과 우리 가족에만 눈을 돌리지 말고, 물질적인 어려움 속에 있거나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처럼 우리 주변에 약자나 소외 된 사람이 없는지 돌아 보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한우리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