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오인균 담임목사
오인균 담임목사 401
부활주일 아침입니다. 지난 밤 늦은 시간, 문득 강대상을 장식할 흰 백합화가 심겨진 화분이라도 몇 개 사야겠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몇 개의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천둥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에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날씨를 보니 100% 강수 확률에 천둥 번개에 강풍까지 동반한 썬더스톰을 예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부활주일인데 성도님들이 교회 오시기 힘들어 오시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면 어쩌나!” 그러나 곧 코로나 바이러스로 서도님들이 교회에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으로 인해 안도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성도님들이 교회 올 필요가 없는 일로 인하여 감사를 다 할 수 있다니.... 한참을 어두운 잠자리에 누운 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감사할 조건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시니 감사했습니다. 모이고 싶을 때 모일 수 있고, 어느 곳이던 가고 싶은데 갈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고, 마스크 없이 손에 위생장갑 끼지 않고 마음대로 허그 하고 악수하며 살 수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져 감사했습니다.
두 번 째,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이들이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 갈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저의 집에서 교회 가는 길에 교통량이 제법 많은데도 사고 한번 나지 않는 사거리가 있습니다. 사고가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네 방향에 붙어 있는 우선멈춤(STOP) 싸인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우선멈춤의 시간입니다. 가고 있는 방향을 돌아보고 아내, 남편, 자녀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세 번째, 감사 제목으로 떠 오른 것은 가정에서 드리는 온 라인 예배를 통해서도 은혜 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예배당보다도 말씀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눈물로 예배드린다. 예배가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코로나가 끝나면 더 열심히 예배드리겠다. 는 소식들을 자주 전해 듣습니다. 온라인 예배를 통해 은혜 주심에 감사합니다.
네 번째 어려움과 위기 속에 서로 돌아보고 나누고 섬기는 소식으로 인해 감사했습니다. 적지 않은 돈으로 실직하고 가게를 닫은 분들을 섬기는 손길이 있는가 하면 김치와 빵과 같은 음식으로 섬기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커피를 사들고 일일이 목원들 집을 방문하여 섬기기도 합니다. 목자 목녀들은 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챙기는 모습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즉시 달려가서 필요를 채워주는 모습들이 눈물겹게까지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위기 속에 빛나는 섬기는 손길들이 있어 감사했습니다.
다섯 번째, 회복에 대한 소망이 생겨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이 하나님밖에 없음을 알고 더 많이 기도할 수 있어 감사했고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겸손해 질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코로나 사태를 통하여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금년에도 부활주일을 건강하게 맞을 수 있음에 더욱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