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 후 미국에 유학 오면서 저는 꽤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품을 떠나온 저와 같은 유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음식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이곳 달라스에는 많은 한인 마트와 한국 음식점이 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이 덜하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 생활을 했던 지역들은 한인 마트 또는 한국 음식점이 아예 없고 있어도 겨우 하나 정도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외국에서 홀로 유학 생활을 해나가면서 생각나는 한식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종종 그리워했던 음식은 바로 한국에 있었을 때 어머니께서 아무 때나 쉽게 끓여 주시던 김치찌개였습니다. 상다리 부러지도록 호화롭게 차려진 밥상보다 물릴 정도로 자주 먹었던 어머니의 김치찌개 한 그릇이 더 그리웠던 이유는 그 김치찌개가 정말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음식을 통해 전해졌던 어머니의 진심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나타내야 하는 이웃 사랑도 때로는 이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마치 상다리가 부러질 듯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작지만, 꾸준하게 진심을 담아 섬기는 것, 그것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김치찌개 한 그릇이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므로 우리가 그 안의 거하고그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줄을 아느니라" 요한 1서 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