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훨씬 전, 제가 기도의 자세를 배우게 해 주신 성도님 한 분이 계십니다. 당시 제가 섬기던 교회 교육부서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 교사기도 모임이 있었습니다. 기간과 주제를 정해놓고 모이는 특별기도회가 아니라 매주 모였던 모임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참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 모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세 자녀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던 분이셨습니다. 그날도 늦은 퇴근으로 저녁 식사를 거르고 기도회에 나오신 선생님을 보며 저는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한 주도 쉬지 않고 기도 모임에 나오실 수 있을까?’ 그리고 저는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백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 모임 덕분에 기도해요.” 기도의 자리를 귀하게 여기고 겸손과 감사로 화답하는 선생님을 통해 저는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제 인생의 신앙생활 가운데 수많은 기도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새벽 기도회, 금요 기도회, 중보기도, 부모, 교사 기도회, 그리고 여러 준비기도모임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가더라도 그것은 제가 선택해서 가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기도의 자리는, 기도하지 않는, 스스로 기도할 수 없는 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친히 차려 놓으시고 불러 주시는 ‘사귐의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할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쁨의 순종’이었습니다.
삶의 모든 열심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기도의 자리는 아뢰기만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말씀하시는 하나님 앞에 귀를 열고 듣는 자리입니다. 시들어 생기를 잃어버린 내 영혼에,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물을 주시고 먹이시는 자리입니다. 사랑으로 일으켜 세우시는 회복의 자리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여러 기도의 자리가 있습니다. 10월부터는 우리 교회에 수요 여성 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주, 일곱 번의 아침 중 하루의 아침은 기도 모임에 오셔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사귐의 식탁에 앉아보시길 축복합니다. 주님과 마주앉아 눈을 마주치고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 하나님께서 나를 생각하며 미리 준비하신 영적 만찬으로 목마른 내 영혼을 배부르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