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위해 가벼워지기

구자훈 목사(행정, 새가족)
구자훈 목사(행정, 새가족) 94

   기다림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하던가요? 저와 저의 가정에게 있어서 지난 8월은 기다림의 한 달이었습니다. 지난봄에 저희 가정은 그동안 살았던 아파트에서 나와서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 일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조건이 잘 맞고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있어서 그곳에 계약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아파트 메니저가 우리에게 약속한 이사 시점은 7월 말이었습니다. 8월 중순에 개학을 하니 시간적으로 딱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7월 말에 이사를 하기 위해서 7월 중순 이었던 휴가 기간에 대부분의 이삿짐을 싸버렸습니다. 당장 입지 않는 겨울 옷, 당장 읽지 않을 것 같은 여러 책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제외한 모든 장난감을 우선적으로 박스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상황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메니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서류 과정에서 자신들이 실수를 해서 한 두주 후에나 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케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세요.”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서류는 잘 진행이 되었는데, 살게 될 집에 들어갈 가구가 한 두주 늦게 오게 되어서 입주가 늦어질 거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한 달 늦은 지난주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7월에 대부분의 짐을 싸버린 이후 한 달간 많은 것을 갖추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묵상을 하다가 생각난 책이 있었지만 어느 박스에 넣었는지 몰라 읽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다른 장난감을 꺼내 달라고 하였지만 이미 짐을 싸버렸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 달을 보내며 느낀 것은 이것저것이 없어도 살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갖추고 살려고 합니다. 특별히 요즘과 같이 풍요로운 시대에 미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몸집이 너무 커져서 주님께서 명하실 때 움직일 수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누가복음 10장에서 칠십인을 여러 지역에 복음을 전하러 파송하십니다. 그 때 주님이 하신 말씀은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며…”입니다. 우리의 사명을 감당함에 있어서 무엇이 갖추어졌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사명이 있는가 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기다림의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무언가를 내려 놓으라 말씀하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기다림의 시간을 통하여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삶 가운데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시는 은혜가 있으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