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자리와 뒷자리

이대섭 담임목사
이대섭 담임목사 87

   저는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 키가 작아 항상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 사실 맨 앞줄은 선생님 코앞이라서 졸거나 수업을 듣는 것 말고 다른 행동을 하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그래서 뒤쪽에 앉아 졸기도 하고, 만화책 같은 것을 읽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곤 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수업이나, 세미나와 같은 강의를 들을 때는 키와 상관없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저는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강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뒤에 앉아 초반에는 강의를 들을 것인지 아닌지 평가와 판단을 하고, 별로 수업에 집중할 필요를 못 느낄 때는 최대한 빨리, 편안한 자세로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적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출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교수님의 과목을 들을 때면 결석 체크가 되지 않고 최대한 결석을 많이 한 것이 기쁘기도 하였습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화학공학자가 되거나, 화학공학과 관련된 회사에 취업할 마음이 사라지고 나서는 더 그런 현상이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제가 원하는 공부,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맨 앞줄로 나아가서 매시간 수업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업에 결석이나, 지각을 하는 것과 조금 일찍 와서 수업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의 차이, 그리고 뒷자리에서 수많은 학생의 뒤통수를 보며 수업을 듣는 것과 앞줄에서 오직 교수님을 바라보며 수업을 듣는 것의 차이를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저는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예배드리는 자리와 자세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자리와 뒷자리는 정말 다릅니다. 조금 늦게 와서 정신없이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것과 조금 일찍 나아와 기도와 묵상으로 잠잠히 예배를 기다리며 시작되는 예배는 전혀 다릅니다. 예배를 드리며 내가 원하는 최우선의 것이 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만나고, 은혜받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앞자리로 앉아보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으로부터도 멀리 있고 싶은 마음이 아니시라면, 때론 과감히 앞자리에 앉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주일 예배에 늦지 않고 미리 앉아 기도하며 분주한 마음을 정리하고, 하나님을 만날 것과 하나님이 주실 은혜를 기대하며 예배를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일 예배만큼은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길 사모하는 우리 사랑하는 한우리교회 성도님들 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