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테이프의 편지로 본 예배

안종빈 목사 (영아부)
안종빈 목사 (영아부) 102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가져갈 책을 선별하는 것이 저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미국에 가져가서도 종종 읽을 것 같아 가져온 책 중의 하나가 C.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입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매우 독창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악마의 관점에서 쓴 일인칭 문학입니다. 경험이 많은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풋내기 악마인 웜우드에게 인간을 유혹하는 방법에 관해 쓴 편지입니다. 악마에 대한 책이라니! 하나님을 아는 것만으로도 부족한데 악마를 알아간다니 위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악마에 대해 지나치게 탐닉하는 것만큼이나 악마에 대해 무지한 것도 위험한 것임을 풍자적으로 말합니다.

   아마도 여러분 중에 대부분은 주일 아침 예배 전에 주보를 펼치시면서 이 글을 읽으시겠지요? 오늘 예배하러 온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악마의 전략 일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읽으시면서 주의하실 것은 여기서 말하는 자가 악마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서, ‘우리’는 ‘악마들’을 뜻하고 ‘환자’는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때그때 드는 환자들의 생각들이야 어떻게든 그 흐름을 비틀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지, 그렇지만, 네 환자는 그런 사고의 과정을 통해 찰나적인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서 눈을 돌려 보편적인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치명적인 버릇을 들이게 될게다. 그러니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시선을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 붙들어 두어야 해.”

   예배 시간은 악마에게는 반드시 방해하고 막아야 하는 절박한 시간입니다. 예배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땅에 시선을 고정하고 사는 우리가 눈을 들어서 하늘의 진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니 그렇기 때문에 악마는 그것을 집중적으로 막습니다. 노련한 악마는 신출내기 악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그(기독교인)의 시선을 감각적 경험에 붙들어 두라고 조언합니다. 예배 시간에 보기에 거슬리는 것들, 불편한 자리, 자꾸 보게 되는 스마트폰, 그리고 마음에 찾아오는 여러 걱정.. 우리의 감각 혹은 우리의 관심에 잡혀 있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하기가 어렵습니다. 악마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눈을 들어서 ‘그리스도’(악마는 ‘원수’라고 부릅니다.)에 집중하는 예배를 드릴 때에 그들의 전략은 깨어지게 되고 우리는 영적으로 소성케 됩니다. 오늘 모든 예배와 모임 가운데 여러분의 시선을 그리스도에게 고정하시길 권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