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사람

오인균 담임목사
오인균 담임목사 344
얼마 전에 석은옥 여사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그대의 지팡이, 그대는 나의 등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 두 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감동과 여운은 오래 남았습니다. 저자는 숙명여대 다니던 대학 시절에 축구공에 맞아 실명을 한 어느 중학생을 동생으로 삼아 그의 눈이 되고 지팡이가 되어 도와주다가 그와 결혼하여 남편을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로 그리고 미국의 한인이민 백년사에서 한인으로는 가장 높은 연방정부 최고 공직자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남편인 강영우 박사를 처음 만난 것은 서울 맹학교에 입학한 그에게 등록금 전달식에서 였다고 합니다. “나는 그 학생 손을 덥석 잡고 광화문 사거리로 나왔다. 그 때 처음으로 ‘숙대 영문과 1학년 석경숙이예요’ 라고 나를 소개했다. 이것이 우리 두 사람의 숙명적인 만남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의 지팡이가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 때는 맹학교 중등부 1학년이었고 나는 여대생이었다. 10년 후 우리는 학사 부부가 되었으며 부부가 된 지 4 년 후에는 미 피츠버그대 졸업식에서 학사복을 입고서 박사복을 입은 지아비를 안내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이 오히려 얼마나 초라한 삶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섬기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이 얼마나 위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저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일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구세군 남비를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했고 길에서 코를 흘리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친구들과 깔깔대다가도 쏜살같이 달려가 코를 닦아 주며 달래주고 거지가 집에 오면 먹던 밥을 꼭 나눠줘야 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지팡이가 되어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 남편의 발이 되고 눈이 되어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을 때,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 부시대통령을 만날 때 그리고 두 아들이 하버드와 듀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될 때 무한한 성취감의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나만 잘되고 나만 성공하는 사람을 살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잘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성공시킴으로 나도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저자의 삶을 이끌어 간 것은 비전이었습니다. 저자의 이름 석.은.옥은 둘만이 가진 약혼식에서 남편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10년의 ‘석의 시대’ 는 공부하며 고생하는 시기, 10년의 ‘은의 시대’ 는 결혼하고 꿈을 이루어가는 시대, 10년의 ‘옥의 시대’ 는 꿈을 이루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봉사하는 시기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평생 이루어 가야 할 비전을 자신의 이름에 담아 그 비전을 바라보며 살아간 것입니다.
저자의 큰 아들은 에세이에서 이런 글을 썼다고 합니다. “우리 아빠는 비록 육신의 빛을 잃었지만 인생과 미래와 세상을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가지고 계시다. 그러므로 눈 뜬 내가 아빠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가 나의 인생을 안내하신다.”
어떤 사람이 시각, 청각, 농아의 삼중 장애를 가진 헬렌켈러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장애인은 누군가요?” 헬렌켈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맹인도 농아도 아니고 눈은 있으되 비전이 없는 사람입니다.”

성경에는 비전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나님은 일을 하시기 전에 사람을 세우시고 또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기 전에 먼저 비전을 주십니다. 비전은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이고 목적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비전의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