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구덩이를 파는데 있어서, 마른 땅보다는 젖은 땅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들었던 것인 데다, 군대에서의 반복적인 경험으로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 그런지, 성령의 비가 우리 마음에 내릴 때,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에 잘 심겨지고 자라게 되어 열매를 맺게 된다는, 목사님들의 비유 섞인 말씀을 적지 않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성령의 충만한 임재가 있을 때, 우리 마음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의 역사하심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 가지 추가적으로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마른 땅보다 젖은 땅이 주는 또 하나의 유익은, 잡초를 뽑아내는데 훨씬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뿌리가 흙에 엉켜 붙어 있는 마른 땅의 잡초는 손을 사용하기 보다는 삽을 이용하는 것이 용이합니다. 그만큼 뽑아내는데 적지 않은 힘이 소모됩니다. 이에 반해, 물을 흠뻑 머금은 땅에 있는 잡초는 그냥 위로 당기기만 해도 쑥쑥 뽑혀올라 옵니다. 그 뽑는 재미가 쏠쏠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성령이 충만할 때, 우리 마음 가운데 있는 잡초들, 쓴 뿌리들, 상처들 그리고 죄악들이 제거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쉬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장성해서 그 뿌리가 깊고 줄기가 굵은 나무는 잡초의 유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세찬 비바람에도 끄덕 없는 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꾸준한 영양공급을 받아 그 생명을 유지하며 과실을 맺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나무, 어린 묘목들에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한 묘목의 성장에 있어서 잡초의 존재는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 잡초는 제거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 그 땅은 젖어 있어야 합니다. 비가 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령의 비가 여러 모양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결코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 성령의 비는 바로 “사랑비”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말입니다. 한우리 공동체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묘목들, 우리 모두의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말씀을 잘 가르쳐야 하겠지만, 그 말씀이 마음에 잘 심겨지고, 열매를 맺을 만큼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 사랑 안에서 아이들이 하나님을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말입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바로 하나님께서 계시기에 말입니다.
한우리 가족공동체 안에 성인이 되지 않은 20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200그루의 묘목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튼튼한 나무가 된다면, 작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숲을 이루어 감에 있어 필수적인 것, 우리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 오늘 하루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그 아이에게 전할 수 있는 우리 모든 어른들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