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용서

오인균 담임목사
오인균 담임목사 360
(얼마 전에 한국에 잘 아는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아름다운 용서’라는 제목이 달린 글을 받고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그 글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청주에 사는 조원일(50세) 씨 부부는 얼마 전에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열 두 살 난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외아들은 아파트상가 앞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이모(23)씨가 몰던 승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사고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2%의 음주상태였고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내었기 때문에 구속수사가 불가피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조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같았습니다. 눈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른여덟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음악에 소질이 있어 주일학교 찬양대원으로 활동하는 아들은 부부의 자랑이었습니다.
어머니 송혜녀(46)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실신했습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친정이 있는 군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조 씨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의 안구와 각막을 2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기증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상처가 깊어 어렵게 되자 안구만을 기증키로 결정하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으며 2명의 시각장애인이 새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원망을 거둘 수는 없었습니다. 가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였고, 아들은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더욱 그의 피를 솟구치게 했습니다.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고 며칠 뒤 가해자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왔지만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5시간이 지나 외출하려고 아파트 문을 나서던 조 씨는 영하의 추위 속에 그때까지 문 밖에 서 있는 가해자 이 씨 부모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집으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사고를 낸 이 씨는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날 제대기념으로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내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을 번민 속에 꼬박 새운 조 씨는 다음날 입원 중인 자기 부인을 찾아갔습니다. 머뭇거리는 그에게 뜻밖도 부인 송 씨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가해자를 용서하도록 해요. 그 대신 가해자가 우리 교회에 등록하여 신앙생활을 하도록 하지요.” 조 씨 부부는 가해자 부모들이 마련해온 합의금도 받지 않고 합의서를 작성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경찰서를 찾아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여 가해자 이 씨는 구속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가해자 이 씨는 지난달 29일 청주 대청교회에 신자로 등록했습니다. 이씨는“참으로 훌륭하신 분들을 만나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며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조씨는 “아이의 유해가 뿌려져 있는 대청호를 갔다 오지 않으면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면서 "하늘나라에 간 아들도 우리가 가해자를 용서한 것을 좋아할 것”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 씨는 조군의 숨지기 전 장기기증을 했지만 2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안구와 각막 밖에 기증할 수 없었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축복이었는데 그 축복을 세상에 돌려주는 것이 아들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용서는 능력입니다. 용서는 하나님의 성품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는 용서할 수 없지만 능력 주시는 자안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