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성탄절을 맞아 모든 교육부서가 한 자리에 모여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쳤습니다. 우리 교회의 막내를 맡고 있는 영유아부도 한 달간 열심히 찬양과 율동을 준비하였습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성탄절 한 주 전 리허설에 참여한 부모님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대에 올라야한다는 부담감이었는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지만, 막상 한 주 앞으로 다가오자 각자 집에서 아이와 특훈을 하고 오겠다며 전의를 다지더군요. 무엇이 이 엄마 아빠들을 움직이게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각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난 후 맞는 첫 성탄의 의미가 그만큼 큰 것이 아니었을까요. 소중한 나의 아이를 위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매해 돌아오는 성탄 기념행사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해 하는 똑같은 노래에 똑같은 연극에 똑같은 레퍼토리에 실증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일각에서는 교회에서 행사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함이 아이들에게 큰 보호 장치가 되리라 믿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12월 25일에 교회를 가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를 교회에서 보내야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떡국을 먹어야 설날 같고, 미역국을 먹어야 생일을 보낸 것 같듯이, 크리스마스는 교회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크리스마스다운 익숙함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기 전,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성탄절은 최대 18번입니다. 이 18번의 성탄절이 아이가 평생을 살며 기억하고 지켜 나갈 성탄절의 모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성탄절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교회에서 치루어지는 여러 절기와 행사들이 단순히 늘 하던 것을 올해도 또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정의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익숙하고 아름다운 전통을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교회의 여러 절기를 통해 허락하시는 익숙함의 축복이 아닐까요.
2022년 한 해는 코로나의 기세가 한 풀 꺾여 작년보다 많은 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올 2023년에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축복을 함께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