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함께 세워가는 기쁨

구자훈 행정, 새가족
구자훈 행정, 새가족 322

   제가 처음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한 곳은 한 한인교회의 유치부였습니다. 저는 당시 신학교 초년생으로 20대 중반이었습니다. 유치부에 부임을 하고 처음 인사하러 간 금요모임에서 아이들은 새로운 오빠가 선생님으로 왔다고 반겨주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 사역 경험이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부임한 유치부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전임사역자가 급하게 사역을 내려놓게 되었고 함께 유치부를 섬기던 주일학교 교사의 다수가 사역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홀홀단신으로 사역에 임하면서 남은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30여명의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서는 교사 수급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부서의 상황을 아셨던 담임목사님께서는 금요예배에서 교사모집 광고를 할 기회를 주셨고, 당시에 저희 부서에서 내건 슬로건은 ‘영어를 못해도 좋습니다. 몸이 조금 불편해도 좋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든 분을 환영합니다.’였습니다. 이후 교회 로비에 봉사자를 모집하는 함을 만들어 지원서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교사 모집의 수확은 기대보다 좋아서 몇몇 청년 선생님들을 영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스럽고 놀라게 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주일 교사로 70대 자매님 한 분, 금요 교사로 60대 자매님 한 분이 지원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영어도 못하고 몸도 약하지만 아이들 사랑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치부 사역을 마치는 그 날까지 가장 신실하게 사역을 돕고 지켜주신 분이 이 분들이었습니다.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두 분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감동이 있었습니다. 마치 팔십오 세의 갈렙이 “오늘도 내가 여전히 강건하니... 이 (험한) 산지를 내게 주소서”(수 14:11-12)와 같은 고백이라 느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담임목사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작정서를 제작하면서 십여 년 전의 이 일이 자주 생각났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지 않을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작정하셔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함께 지며 더 아름답고 든든한 공동체를 세워가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