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이야기
칼럼에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 이유는 자칫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팔불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니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자기 자랑, 자식 사랑, 배우자 자랑, 아비 자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집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단어를 찾는 것을 보니 은연중에 나도 그 말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칼럼이 아니라 집안 이야기이다.
아버지께서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6일 동안 입원하셔서 퇴원하신 지 13일 만에 또 입원하셨다. 이번엔 stroke 증상이셨다. 지난 6월 12일 밤 9시경 나는 컴퓨터 앞에서 있었고, 아버지께서는 늘 쓰시는 성경을 쓰고 계셨다. 아버지의 짧은 외마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별일이 아니려니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고개를 떨구신 모습이 이상해서 급히 가보았더니 온 몸에 힘이 없으셨고, 침을 흘리시고 이상한 언어로 나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애를 쓰시면서 주저 앉으셨다.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을 안 나는 엄마를 불렀고, 911에 전화를 했다.
미국에 살면서 처음 해보는 전화이고 급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아버지를 계속 지켜보았다. 어머니께서도 너무 놀라셔서 어떻게 하실 줄을 모르셨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말을 거의 잃으시고 정신도 혼미하시고 입 모양이 변형되어 침을 흘리시는 그 와중에 두 손을 모으시고 힘껏 “주여 주여!”를 외치시며 기도하셨다.
그러다 보니 911이 도착했고, 빠른 처치를 한 후 응급실에 갔다. 놀라운 것은 응급실에 도착하셨는데 약간의 증상은 있으셨지만, 미국의 대통령 이름, 당신의 이름, 당신의 생년월일, 주변 사람들 등 모든 것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셨다. 그 후 일반 병실로 옮겨지셨고 4일 만에 퇴원하셨다.
4일 동안 의사들은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와 진찰을 했다. 지금까지 찾아 낸 것은 뇌에 작은 stroke이 왔었다는 결과가 나왔고, 드시던 약 중에 한 가지를 바꾸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이 정상이셨다. 의사들은 의심쩍은지 계속 피를 뽑거나 스킨 테스트나 멘탈 테스트,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는 듯 했다. 그러나 ‘Good’ 소리만 연발할 뿐이었다. 그리고 의사들은 한결같이 ‘Good Luck!’이라고 연신 엄지손가락을 보인다. 그 정도 증상이면 후유증이 있는게 정상이라는 의미이다. 그 후 아버지께서는 stroke 증상이 있으셨던 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회복하셔서 집으로 오셨다. 3일 동안의 병원 검사들이 지루할 정도였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입이 변형되고 정신이 혼미한 그 상황에서도 ‘주여 ‘ 라고 외치며 드린 기도를 하나님께서 응답하셨고, 그 순간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고쳐주셨다. 기도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나를 붙드셨다.”고 기쁘게 간증하신다.
마지막이 되실 수도 있는 그 상황에서 기도하셨던 아버지….. 난 그 아버지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7월 5일에 확인된 아버지의 병원비 잔액은 ‘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