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바이올린을 취미로 배워 왔던 저는 고등학교 진로를 고민하던 중 결국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바이올린을 전공하기로 결심 합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제가 가려고 했던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모든 일들이 앞으로 순조롭게 풀릴 거라고 생각했고 어린 나이에 이미 첼리스트로서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 시작 했던 친형처럼 저 또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 이였습니다. 그 때부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학교 합격 시켜 주시면. 최선을 다해 하나님 섬길게요. 합격만 시켜 주시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 할게요.”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턱없이 부족했던 실력과 내신 성적은 제가 가고 싶었던 예술고등학교 진학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합격자 발표 날 결과를 듣고 집에 돌아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니 하염 없이 눈물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저의 기도를 들어 주지 않으신 하나님을 향한 분노의 눈물 이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모든 비속어들을 다 쏟아내며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혔고 그 동안 악기로 주일예배 때 반주로 봉사했던 것, 주일 날 한번도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석했던 것, 목사의 아들인 것들에 대해 후회하고 원망 했습니다. 15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하나님께서는 중학교 3학년 때의 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삶으로 저를 인도 하셨습니다.
그 때 만약 저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있었다면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 왔을지 상상해봅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모든 것이 흘러 갔고 계속해서 하나님이란 분은 저에게 있어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저의 소원에 따라, 필요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존재였다면 말입니다. 예고 진학 실패 이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인간관계에서, 학업에서, 크리스천으로써 더 큰 실패들과 아픔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능력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하나님께서 저에게 깨닫길 원하신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우리가 ‘환경에 지배 받는 자’들이 아닌 ‘환경을 지배 하는 자’들이 되길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분을 원망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기 때문에 그 분을 찬양하는 기복 있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시험과 고난이 그분을 향한 나의 사랑을 더욱 더 견고하게 하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주시는 복들이 그분의 은혜와 자비를 더욱 더 겸손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때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신다는 것입니다. 환경이 지배하는 믿음이 아닌 환경을 지배하는 믿음, 이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