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 인생
몇 주 전에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갇혀 있는 자녀들과 아내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오클라호마에 있는 계곡으로 당일치기 물놀이를 다녀왔습니다. 2시간 거리에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라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내와 저의 답답한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워낙 넓은 곳이라 이곳저곳 살펴보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 우리만 물놀이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물도 적당히 차갑고 얕아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 제격이었습니다. 한참을 놀다가 미리 챙겨간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저기 움직이는 거 뱀 아니야?” 자세히 보니 약 3피트 정도 길이의 물뱀이 멀리서 헤엄을 쳐서 반대편 숲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뭐 숲 속이니 그럴 수 있다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조금 후 물놀이를 좀 더 하다가 아내는 먼저 차로 갔고 저와 아들들은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까 봤던 그 뱀이 우리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의자와 짐은 버려두고 아이들을 안고 반대편으로 뛰어가서 의자 쪽으로 다가오는 뱀을 향해 돌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뱀은 제가 던진 돌을 맞고 도망쳤지만, 뱀이 출몰하는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용감하게 물놀이 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큰 뱀, 곧 마귀의 활동지인 이 세상에서 하나님 떠나 정신없이 살다보면 뱀에게 순식간에 물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얼마 전 본당에서 혼자 기도하면서 제 삶의 연약한 부분을 회개하다가, 드럼 뒤쪽에 나 있는 문 위에 있는 EXIT 사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보던 사인이 그 날 따라 나름대로 의미있는 메시지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뭐 거창한 뜻은 아니고 혼자 지어내서 해석 및 적용이 되었습니다. 풀이는 이렇습니다. E ‘이’ X ‘엑스 같은’ I ‘나를 구원하신’ T ‘예수님의 십자가’... 처음에는 어설픈 풀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인을 반복해서 보며 중얼거렸는데, 이내 이 벌레 같은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활동하는 큰 뱀, 마귀에게 사로잡혀 영벌의 길로 갔을 것입니다.
EXIT라는 단어는 ‘출구’라는 뜻도 되지만 ‘세상을 떠나다’라는 뜻도 됩니다. 이 세상을 떠나갈 때, 우리의 인생에 영생을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지옥불로 떨어지게 됨을 생각할 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IT인생을 날마다 마음에 새기고 예수님의 십자가만 따르기로 결단하는 복된 인생 되시기를 축복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