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과 미안한 마음

이대섭
이대섭 94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이 5월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Mother’s day를 중심으로 가정의 소중함을 5월에 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일 년에 한 달, 그리고 한 주일, 혹은 하루를 분리해서 가정이 소중함을 깊이 생각하고 깨닫고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특별히 요즈음 같이 가정이 무너지고, 위기를 겪는 시기 가운데는 더욱 가족 사랑과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귀한 가정의 달이 되면 저는 이상하게 조금 힘들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우선, 가정에 대해 생각할 때 상대적으로 힘겨워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가족 안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부부 문제, 자녀 문제, 그리고 부모님과의 문제로 아파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혼자 계신 성도님들을 생각할 때, 제가 혼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로 교회가 특별한 주일을 정하고, 자녀나 부모, 부부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듣기 원하는 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저 역시 가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주일’과 함께 특정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주님 되신 예수님과 연결된 부활주일, 감사주일, 성탄주일은 예외이지만, ‘어린이 주일’, ‘어버이 주일’ 등은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일은 오직 우리의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높이고, 하나님께 경배와 찬양을 올려 드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어떤 성도님이 “목사님, 어버이 주일인데 특별한 행사가 없나요?” “어버이 주일에 특별한 말씀이 없나요?”라고 물으실 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저는 주로 성경 말씀을 순서에 따라 전하는 강해 설교를 합니다. 그런데 마침 다음 주부터 에베소서 본문이 가정에 대한 주제입니다. 올해는 하나님이 가정의 달에 가정에 대한 본문을 주셔서 감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혹시 어떤 분들에게는 자신과 조금 동떨어진 말씀이나, 불편한 말씀일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저를 보시는 하나님께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런 나를 정말 믿어주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마음을 쓰고 사랑하며 말씀을 전할 귀한 성도님들이 계시기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