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1. 인생은 출장이다


허 진 선교목사 524
10여년전 인도로 선교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수도 뉴델리 시내 중심부에 있는 힌두교 사원에서는 신들에게 바친 제물들의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참배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시내 한편의 묘지에서는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화장하고 난 후 강물에 뿌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인구가 복음을 전혀 듣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니! 그리스도가 온 인류를 위해 희생제물이 되셔서 그저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 이 놀라운 소식을 듣지 못해 하루하루 예수님 없이 살다가 또 예수님 없이 죽어가는 모습들… 인도에 머무는 동안 내내 주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음성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신 차리고 깨어 있으라” 이 세상에 퇴직 연금이나 비트코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셨습니다.
나치가 득세하던 사회에서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몸부림치다 순교했던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쓴 책 “나를 따르라 (Nachfolge)” 에서 그리스도인에 대한 첫 번째 부르심은 ‘세상을 향한 집착을 버리라’는 명령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을 한마디로 함축하면 ‘그리스도는 와서 죽으라고 부르신다’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지난 3년여 너무나 좋은 한우리 교회에서 사역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지냈지만 우리 주님께서 처음 저를 제자로 부르신 그 삶을 올바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늘 반문해 보았습니다. 혹여나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며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는 제 모습이 아닌가 불편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작년 말 선교지로 떠날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었는데 올해 초 샌안토니오에 가신 오 목사님 사역이 조금 힘드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새벽에 기도하던 중 “네가 그 곳에 가서 동역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음성을 들었고 이제 한우리 교회에서 파송해 주셔서 5월 중 그 곳에 가서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자녀들을 떠나고 또 편안히 지내던 집을 정리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인도에서 제게 주셨던 그 음성, 그리고 우리 주님께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을 되새기면서 감사와 기쁜 마음으로 떠나기 원합니다. 우리 인생이 출장 나온 인생임을 기억한다면 다시금 주님 부르신 곳에서 주님의 소원인 “영혼구원하여 제자삼는” 일을 더 열심히 감당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그동안 사랑으로 보듬어 주신 모든 성도님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